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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슈

2025년 11월 홍콩 타이포 아파트 화재참사 - 77년 만의 최악의 비극

by 세희_킴 2025. 11. 28.

2025년 11월 26일, 홍콩 북부 타이포 지구의 '웡 푹 코트(Wang Fuk Court)' 아파트 단지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참사는 1948년 창고 화재 이후 77년 만에 홍콩에서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으며, 홍콩이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악의 화재 참사입니다.

건조한 날씨와 보수공사 중이던 건물의 취약한 구조가 맞물리면서 발생한 이번 참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기고 있습니다.

 

 

 

 

1. 사건 경위

화재 발생과 초기 대응

  • 발생 시간: 2025년 11월 26일 오후 2시 51분경 (현지시간)
  • 발생 장소: 홍콩 신계 북부 타이포 구역 '웡 푹 코트' 아파트 단지
  • 최초 발화 지점: F동(왕청코트, 宏昌閣) 외벽의 비계

화재는 인근 주민이 친구와 통화 중 이상한 소리를 듣고 1층 비계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해 신고하면서 알려졌습니다. 처음에는 폭죽 터지는 소리로 착각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급속한 확산

화재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번졌습니다.

  • 30분 이내: 8개 동 중 7개 동으로 불길 확산
  • 3시 34분: 화재 경보 4단계로 격상
  • 6시 22분: 최고 등급인 5급 경보 발령

홍콩에서 5급 화재 경보가 발령된 것은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17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진화 작업의 어려움

투입자원 규모
소방차 140대 이상 (최종 304대)
구급차 57대 (최종 98대)
소방관 및 구급대원 800명 이상 (최종 1,250명)
경찰 400여 명

화재 발생 후 약 10시간 만에 4개 동의 불길이 잡혔지만, 나머지 3개 동은 발생 24시간이 지나서야 진화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건물 내부의 높은 온도와 무너지는 비계로 인해 소방관들의 접근이 극도로 제한되었습니다.

 


 

2. 인명 피해

사망자 현황

2025년 11월 27일 저녁 기준:

  • 사망자: 최소 65명 (27일 오후 기준 44명에서 지속 증가)
  • 실종자: 279명
  • 부상자: 약 70명 (이 중 17명 위독)

사망자 중에는 화재 진압 중 순직한 37세 호 와이 호(Ho Wai-ho) 소방관과 인도네시아인 가사도우미 2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호 소방관은 홍콩 소방처에서 9년간 근무한 베테랑으로, 신고 직후 현장에 도착했으나 30분 후 동료들과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피해 규모가 큰 이유

웡 푹 코트 아파트 단지의 특성이 피해를 키웠습니다:

  • 규모: 8개 동, 2,000가구, 약 4,800명 거주
  • 인구 구성: 주민의 약 36~40%가 65세 이상 고령자
  • 세대 규모: 4854㎡ (약 1416평)의 소형 세대
  • 노후도: 1983년 완공된 42년 된 건물

고령 주민이 많아 고층 건물에서 신속하게 대피하지 못한 것이 인명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됩니다.

 


 

photo AP/뉴시스

 

 

3. 밝혀진 원인

구조적 문제점

① 대나무 비계

홍콩은 전통적으로 건설 현장에서 대나무 비계를 사용해 왔습니다. 구하기 쉽고 가볍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대나무 비계의 문제점:

  • 가연성이 높아 화재에 취약
  • 불이 붙으면 빠르게 타면서 불씨를 주변으로 날림
  • 바람을 타고 인접 건물로 불길 전파

실제로 홍콩 소방당국은 "불이 붙은 대나무 비계가 바람을 타고 인근 건물로 날아가면서 화염이 7개 동으로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② 불량 안전망

건물 외벽을 둘러싼 녹색 안전망이 화재를 키운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안전망의 치명적 결함:

  • 홍콩 건축조례상 '난연성' 소재 사용 의무
  • 실제로는 가연성 불량품 사용
  • 30년 경력 건설 엔지니어: "그물의 99%가 불량품"
  • 2024년 전문가가 현장 녹색 천 채취 후 테스트 → 쉽게 타오름 확인
  • 정부 부처에 문의했으나 답변 없음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공사의 수주가가 약 3억 3,000만 홍콩 달러(한화 약 620억 원)로 다른 업체 입찰가의 두 배였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난연성 소재 대신 저렴한 가연성 소재를 사용해 세대당 절약한 비용은 고작 40홍콩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③ 스티로폼 사용

건물 곳곳에서 스티로폼 사용이 확인되었습니다:

  • 창문: 공사 중 유리창 보호를 위해 스티로폼 보드 부착
  • 엘리베이터 로비: 각 층 창문을 스티로폼으로 막음
  • 환풍구: 내부 환풍구에서도 스티로폼 흔적 발견

홍콩 경찰 아일린 청 선임 경찰관은 "모든 사람이 이 물질이 인화성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화재 확산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환경적 요인

건조한 날씨

  • 11월 24일: 홍콩 기상청 적색 화재 위험 경보 발령
  • 26일 당일에도 경보 유효
  • 매우 건조한 날씨로 화재 위험도 최고 수준

홍콩 특유의 '닭장 아파트' 구조

  • 동 간 간격 약 15m에 불과
  • 밀집된 고층 건물 구조
  • 불이 옮겨붙기 쉬운 환경
  • 연기가 빠져나갈 공간 부족

안전 관리 부실

화재경보 시스템 미작동

  • 다수 주민 증언: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
  • 타는 냄새를 맡거나 경비원이 문을 두드려서 알게 됨
  • 한 80대 주민: "자고 있었다면 꼼짝없이 변을 당했을 것"

소화 시설 미비

  • 일부 주민 증언: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았다"
  • D동 31층 주민: "화재경보기 비상벨을 여러 번 눌렀으나 작동 안 함"

현장 안전 관리

  • 주민 민원: 공사 인부들이 비계 위에서 흡연
  • 담배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는 모습 목격
  • 관리사무소 항의에도 불구하고 지속

 

 

4. 쟁점 및 문제점

대나무 비계 논란

홍콩 정부는 2025년 3월 공공 프로젝트에서 대나무 비계를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난연성 철재 사용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 대나무 업체들의 강한 반발
  • 2025년 7월 노동장관: "당장 비계 사용을 금지할 계획은 없다"
  • 홍콩에는 약 2,500명의 '대나무 비계 장인' 활동 중
  • 2019~2024년 대나무 비계 작업 관련 사망자 22명

일부 전문가들은 대나무 자체보다 불량 안전망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화재 현장에서 듬성듬성 타지 않고 그을려 있기만 한 대나무들이 많이 발견되었으며, 예전 리모델링 중 화재에서도 대나무 비계가 불을 크게 키운 적은 없었습니다.

책임 소재

체포된 인물

  • 건설회사 이사 2명
  •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1명
  • 혐의: 과실치사

경찰 관계자는 "회사 책임자들이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으며, 그로 인해 이번 화재가 발생하고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조사 중인 사항

조사 항목 내용
자재 규격 보호망, 방수포, 비닐막이 방화 기준 충족 여부
스티로폼 사용 창문 및 환풍구 스티로폼 설치의 적법성
안전 관리 현장 흡연 관리 및 불씨 통제
경보 시스템 화재경보기 및 소화전 작동 상태

규제 이행의 공백

건축 규정은 있었지만 실제 검사와 이행이 미흡했습니다:

  • 난연성 제품 사용 명시는 있으나 검사 절차 불명확
  • 실제 사용 방법에 대한 구체적 지침 부재
  • 불량품 사용 적발 시스템 미비

 

27일 화재 피해 주민들이 임시 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AP

5. 향후 과제

정부 대응

긴급 조치

피해자 지원:

  • 약 900명 주민을 인근 학교 등 8곳 임시 대피소로 이동
  • 각 피해 가정에 1만 홍콩달러(약 188만 원) 긴급 지원금 지급
  • 2,000개 이상의 임시 주택 확보
  • 9개 병원 비상 가동

초동 대응:

  • 비상 감시 및 지원 센터 활성화
  • 6개 학교 임시 휴교 (대피소 및 지휘본부로 활용)
  • 화재 지역 상공 비행 제한 구역 설정 (11월 27일~30일)
  • 부상자 문의 핫라인 개설

중장기 대책

전수 조사: 존 리 행정장관은 "홍콩 전역에서 대규모 보수공사가 진행 중인 아파트단지를 전수 조사해 안전 상태를 점검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치적 영향:

  • 12월 7일 예정된 입법회(의회) 선거 관련 활동 전면 중단
  • 존 리 장관: 선거 연기 필요성 검토 중

중국 정부 대응:

  • 시진핑 주석: 희생자 가족에 애도 표하며 피해 최소화 지시
  • 중앙홍콩마카오 공작판공실 부주임을 홍콩에 급파
  • 병원 및 임시 숙소 방문, 현장 지휘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

1. 노후 건물 안전 관리의 중요성

웡 푹 코트는 42년 된 건물로, 홍콩의 '40년 이상 건물 보수 의무' 규정에 따라 2024년 7월부터 공사 중이었습니다. 한국도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가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체크 포인트:

  • 정기적인 안전 점검 실시
  • 보수공사 시 자재의 안전성 확인
  • 공사 중 화재 위험 관리 철저

2. 저비용 공사의 위험성

620억 원이라는 높은 수주가에도 불구하고 세대당 40홍콩달러를 아끼기 위해 불량 자재를 사용한 것은 충격적입니다. 공사 비용만이 아니라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합니다.

3. 화재 안전 시스템의 중요성

화재경보기와 소화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언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정기적인 점검과 유지보수가 필수입니다.

4. 고령자 거주 건물의 특별 관리

주민의 40%가 고령자였던 점을 고려할 때, 고령자가 많이 거주하는 건물은 더욱 철저한 화재 안전 대책이 필요합니다.

고령자 건물 안전 대책:

  • 저층 거주 우선 배치
  • 피난 동선 단순화
  • 시각적·청각적 경보 시스템 강화
  • 정기적인 대피 훈련 실시

건설 업계의 변화 필요

개선 필요 영역 구체적 방안
자재 선택 난연성 자재 사용 의무화 및 검증 시스템 구축
현장 관리 화기 사용 엄격 통제, 현장 안전 관리자 배치
검사 체계 독립적인 제3자 검사 기관 운영
처벌 강화 불량 자재 사용 시 형사 처벌 강화

주민 인식 개선

개인 차원에서도 화재 안전에 대한 관심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 대피 경로 사전 파악
  • 화재경보기 작동 상태 주기적 확인
  • 소화기 위치 및 사용법 숙지
  • 이웃과의 비상 연락망 구축
  • 고령 이웃 대피 지원 계획

국제적 영향

문화 행사 영향

이번 참사로 여러 국제 행사가 영향을 받았습니다:

  • 2025 MAMA AWARDS (11월 28~29일): 엄숙한 분위기로 진행
  • 트와이스 월드 투어: 개최 여부 불투명
  • 옥스팜 트레일워커 (11월 28~30일): 연기
  • 주토피아 2 시사회: 취소

한국과의 연관성

한국인 피해: 외교부는 11월 27일 "현재까지 파악된 우리 국민 피해는 없다"며 "현지 우리 공관은 홍콩 관계 당국과 소통하며 우리 국민 피해 여부를 지속 파악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홍콩한인회 지원: 홍콩한인회는 현지 희생자들을 위해 돈과 구호물품을 모아 전달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비교: 역사적 화재 참사

이번 홍콩 화재는 여러 역대 화재 참사와 비교되고 있습니다:

화재사건 연도 사망자 특징
홍콩 창고 화재 1948 176명 홍콩 역사상 최악
갈레이 빌딩 화재 1996 41명 대나무 비계로 확산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2008 4명 마지막 5급 경보
타이포 아파트 화재 2025 65명+ 77년 만의 최악
런던 그렌펠 타워 2017 72명 외벽 자재 문제

특히 2017년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와 유사점이 많습니다. 그렌펠 타워 역시 외벽 리모델링 공사에 사용된 가연성 자재가 화재를 키운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마치며

홍콩 타이포 아파트 화재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닙니다. 건축 규정의 허점, 안전 관리의 부실, 비용 절감을 위한 불량 자재 사용, 그리고 느슨한 감독이 만들어낸 '예고된 참사'였습니다.

우리는 이번 참사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1.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2. 규정만으로는 부족하며, 철저한 이행과 감독이 필수입니다
  3. 노후 건물은 단순한 미관 개선이 아니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4. 화재 안전 시스템은 정기적인 점검과 유지보수가 생명입니다
  5. 고령 인구가 많은 건물은 특별한 안전 대책이 필요합니다

아직도 279명의 실종자 소식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65명의 희생자와 그 유가족, 그리고 순직한 호 와이 호 소방관의 명복을 빕니다.

이번 참사가 홍콩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건축 안전 기준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건물의 안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참고:

  • 홍콩 소방처(FSD) 공식 발표
  •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
  • 홍콩 성도일보 보도
  • AFP, 로이터, AP통신 보도
  • 한국 외교부 발표

*2025년 11월 27일 저녁 (현지시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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