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지원이 많아졌대.” 요즘 이런 말, 뉴스에서 정말 자주 들려옵니다. 월세 지원, 일자리 프로그램, 취업 장려금까지… 표면적으로는 뭔가 꽤 달라진 것처럼 보이죠. 그런데 주변 청년들의 반응은 의외로 차갑습니다. “그래서 내가 뭐 받을 수 있는 게 있긴 한 거야?” 이 말이 바로 요즘 현실을 보여줍니다.
월세는 오르고, 기대는 줄고
서울에서 자취 중인 친구는 요즘 많이 힘들다고 합니다. 재계약 하면서 월세가 또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전세 대출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조건 맞는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대요. 결국 비싼 보증금에 높은 월세, 그러면서도 컨디션이 좋지않은 집을 구하게 된다고요.
정부는 청년 월세 지원금, 역세권 청년주택, 공공임대 확대 같은 정책을 매번 발표하지만, 정작 체감은 낮습니다. 당첨 확률은 낮고, 신청 조건은 까다롭고, 입주까지는 또 오래 걸리니까요. 대부분의 청년은 ‘일단 지금 당장 살 곳’이 필요한데, 정책은 늘 몇 달 뒤 얘기처럼 느껴지죠.
자취를 시작한 지 3년 차인 저는 요즘도 이사만 다섯 번째입니다. 작은 방 하나 구해서 짐 풀고, 겨우 적응할 만하면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달라고 해요.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난 언제쯤 내 공간에서 편하게 살 수 있을까?” 입니다.
공고는 넘치는데, 내 자리는 없다
구직 사이트엔 채용공고가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도 주변 친구들은 여전히 구직 중이에요. 정작 지원하고 싶은 자리는 경력직이거나, 인턴이거나, 고용형태가 불안정하거든요. '청년 디지털 일자리', '청년내일채움공제' 같은 제도가 있어도, 다 쓰기 어려운 이유가 분명해요. 대부분은 단기고, 실질적인 커리어로 이어지는 구조는 드물어요.게다가 일을 하면서 동시에 제도를 이용할 수는 없거든요. 한 친구는 2년 사이 다섯 번을 회사를 옮겼습니다. 계약직, 인턴, 프로젝트직…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어요. “난 지금도 일은 하고 있는데, 경력에선 여전히 0년이야.” 이건 단순히 직장이 없는 문제가 아니라, 삶에 ‘축적’이 없다는 얘기예요.
요즘 청년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잠깐의 일보다, 안정된 삶을 그리워하는 거죠. 그런데 정작 제도는 여전히 단기 일자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정책은 있는데, 왜 내겐 없을까?
정책은 많습니다. 청년 지원 포털에 들어가 보면 수십 개가 넘어요. 근데 문제는, 그게 너무 많고 복잡해서 오히려 접근이 어려워요. 자격 요건도 매번 바뀌고, 중복 제한도 많아서 ‘혹시 이건 될까?’ 하다가 결국 포기하게 되죠.
정책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왜 이렇게 체감이 안 되는 걸까요? 저는 그 이유가 ‘지속성’과 ‘접근성’에 있다고 생각해요. 정책은 몇 달 단위, 해마다 바뀌고, 담당 부처나 창구도 너무 흩어져 있어요. 그때그때의 이벤트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렇게 일관성이 없는 시스템 속에서, 청년들은 무기력해지기 쉽습니다.
한 번은 청년 월세지원 신청을 해보려 했는데, 소득 조건이 조금 넘는다는 이유로 탈락했어요. 딱 한 달 아르바이트를 더 해서 생긴 일인데, 그 순간 그동안의 절차와 서류가 모두 무의미해졌죠. ‘기회가 있긴 한데,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것 같아.’ 그때 그 기분,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그렇게 탈락 문자를 받은 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게됩니다. 자격조건을 또 따지고, 서류를 모으고, 기다리고, 기대하고.. 그 모든 과정이 허무하게 느껴지게 되면서 기대를 안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엔 진짜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길
청년들이 바라는 건 그리 복잡한 게 아닙니다. 당장 집을 사게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모든 일자리를 보장해 달라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이 정책 하나가 내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할 수 있겠다’는 신뢰를 갖고 싶을 뿐이죠.
정책은 숫자보다 사람이 먼저여야 합니다. 몇만 명에게 혜택을 줬다는 통계보다, “내 친구도 받았고 나도 가능하겠다”는 경험이 더 중요해요. 아직도 청년들은 기대를 완전히 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를 오래 붙잡고 있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묻고 싶어요. “지원은 늘었다는데… 정말 우리 삶도 조금은 달라지고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