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하나씩 정책을 꺼내놓으면서, 영남권에도 변화의 기류가 퍼지고 있습니다. 뉴스에서는 “균형발전”과 “미래산업” 같은 단어가 부쩍 자주 들리는데, 막상 이 지역에서 사는 분들에게 물어보면 느낌이 참 다릅니다. “이번에는 뭔가 좀 달라질까?” 하고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마음도 있고, “늘 똑같지 뭐”라며 담담하게 웃어버리는 표정도 보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떤 정책이든 결국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어야 진짜 변화라는 점이겠지요.
부산과 경남, 바다와 산업의 새로운 이야기
부산과 경남은 늘 바다와 산업으로 대표되던 도시들입니다. 이번 정부도 이 지역에 해양물류와 수소산업을 더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습니다. 부산 북항 재개발이 본격화되고, 스마트항만 시스템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이제야 좀 그림이 그려진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몇 년, 아니 몇십 년 동안 이 도시에는 ‘개발’이란 말이 너무 많았는데, 실제로 그 혜택을 체감했다는 이야기는 드물었어요. 그래서일까요, 이번에도 “크게 달라질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항만이 바뀌면 분명 물류가 늘고 일자리도 더 생기겠지만, 그 일이 내 삶과 얼마나 가까울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습니다. 작은 가게를 하시는 분들은 “저기 건물 올라가는 건 멋있는데, 내 매출이 달라지진 않더라” 하고 웃으셨는데, 그 말이 꽤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저는 이번엔 정말 다르면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개발이 숫자가 아니라 동네 공기에 스며드는 느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대구와 경북, 전통과 새로운 산업이 만나는 길목에서
대구와 경북은 전통 제조업의 터전이자, 동시에 청년들이 떠나버린 빈자리가 유독 크게 보이는 곳입니다. 이번 정부가 이 지역에 스마트제조 혁신과 로봇산업, 그리고 청년 귀촌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했을 때, “또 새 단어들이 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로봇산업 클러스터와 청년 창업지원센터가 들어온다고 하면, 언뜻 대단해 보이죠. 하지만 정작 마을에 사는 분들은 “그게 우리한테 뭐가 되는데?” 하고 담담하게 물으십니다. 며칠 전 대구에 다녀왔을 때, 작은 분식집 사장님이 그러셨어요. “어린 친구들이 이 동네에 돌아오면 좋겠는데, 과연 돌아올 자리가 있을까 모르겠다”고요. 그 말을 듣고 한참 생각이 멈췄습니다. 젊은 사람이 살고 싶어지려면 일자리도 필요하지만, 동네가 살아있다는 기분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걸요. 이번엔 정책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누군가의 발걸음을 붙잡아주는 이유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영남권이 마주한 균형발전의 오래된 과제
부산과 대구처럼 큰 도시들은 늘 활발한 척 하지만, 그 바깥으로 조금만 나가면 풍경이 달라집니다. 오래된 건물과 비어버린 점포, 젊은 사람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골목들을 보면, “균형발전”이라는 말이 얼마나 먼 이야기처럼 들리는지 새삼 느껴집니다.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재정비를 다시 꺼냈지만, 솔직히 그 약속이 몇 번째인지 헤아리기조차 어렵습니다. 경남에 계신 아버지 친구분이 그러셨습니다. “계획은 번듯한데, 해마다 바뀌기만 하고 실제론 아무것도 없었어.” 그 말에 아무 대답도 못 했습니다. 변화는 커다란 선포가 아니라, 아침마다 가게 문을 열 때 느껴지는 공기에 스며들어야 진짜 아닐까요. 올해는 그 공기가 조금이라도 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뭘 바꿔야 하는지, 어쩌면 다들 알고 있었는데도 그걸 해낼 힘이 없어서 미뤄온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도 듭니다.
마무리하며
2025년 새 정부의 정책은 영남권에도 크고 작은 파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달라질까?” 하는 기대와 “결국 별반 다르지 않겠지” 하는 회의가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아요. 혁신과 성장이라는 말이 멀게만 들리지 않길 바라고, 균형과 배려가 단어가 아니라 체감이 되면 좋겠습니다. 언젠가는 “우리도 함께 좋아지고 있어” 하고 서로에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 기다림이 외롭지 않게, 작은 관심과 목소리가 모이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걸 함께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 좀 더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